천안 감성여행

꿈과 사랑의 메신저

우정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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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박물관

  • 위치 / 천안시 동남구 양지말1길 11-14

    우정공무원교육원

  • 전화 / 041-560-5900
  • 시간 / 09:00~18:00

"다영아, 다영이는 친구들한테 편지 안 써?"
봄을 맞아 대청소를 하다가 어릴 적 편지들을 발견하곤 문득 딸에게 물었다.

"에이, 카톡하기도 바쁜데 편지를 어떻게 써." 그렇기도 하겠다.

굳이 옛 감상에 빠져 딸에게 어릴 적 얼마나 부지런히 편지를 부치러 다녔는지를 알려주니

딸은 예상외로 멋있다며 꽤 신기해한다.

그러고 보니 편지는 소녀들의 로망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함께 우정박물관에 가기로 약속한다.

호기심에 찬 딸을 데리고 주말을 골라 우정박물관을 찾았다.

푸른 나무와 꽃에 둘러싸인 건물을 보니 소풍 온 기분을 듬뿍 느끼게 한다.
동그랗고 깔끔한 외관이 우체국 특유의 정갈한 분위기와 닮았다.

세계 각국의 우표도 한 눈에 볼 수 있다.

전시장 입구에는 기념도장이 마련되어 있는데, 여느 아이들처럼 딸도 도장을 무척 좋아해서 벌써 정신을 빼앗겼다.

마련되어 있는 종이에 아무렇게나 도장을 찍으며 신나 하는 모습이 괜스레 재미있다.

우정총국을 설치하였던 홍영식 선생의 동상을 잠시 마주하다 전시실로 향한다.

우정역사관 내부에는 아빠 따라 구경 온 꼬마가 무언가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아유 귀여워라.

전시실은 우정역사관과 우정문화관으로 나누어
우편뿐 아니라 금융을 포함한 우정의 전체적인 역사를 이해하기 쉽도록
다양한 것들을 전시하고 있다.

지금은 쉽고 간단한 스마트 폰 메신저의 사용으로 돈도 시간도 크게 쓸 필요가 없이
시집 간 언니, 전학 간 친구, 이민 간 친척 등과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지만,
우편의 가치는 옛날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더 커짐이 한눈에 보인다.

밤잠을 지새우며 군대 간 아들의 소식을 기다리는 모습이라던가,
전쟁의 승패 전보를 기다리며 덜덜 떨어야 했던 시절을 보여주는 듯한 전시물들에서 그 간절함이 느껴진다.

20년 전만 해도 동네에서 놀다 보면 우편집배원 아저씨를 심심치 않게 마주치고 인사하곤 했다.

그리고 아저씨가 다녀가신 후에 마주하게 되는 편지들은 언제나 나를 기쁘게 했다.

당시에 편지쓰기가 유행 아닌 유행이었는데 친한 친구와 서로의 집에 가는 것보다
먼 우체통을 굳이 찾아가 우표를 붙인 편지를 주고받곤 했다. 그 귀찮은 행동이 왜 그리도 즐거웠는지.

그 시절을 생각해 보면 참 유난스럽기도 했다.
당시 우체부 아저씨는 우리에게 산타할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싶다.

반갑고 설렜던 만남이 요즘은 조금 달라져서 아쉬운 마음이 없잖아 들기도 한다.

전세계의 집배원복.

근대 우정은 개화기 때 도입되었는데 집배원들의 수난과 인고의 애환 속에서 성장하였다.

당시 완고한 양반들로부터 천시와 멸시를 속에서 기수역할을 해왔으나
현대에 올수록 사람들은 우편의 편리함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우편의 발전을 해 올 수 있었다.

우정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홍영식, 홍철주 등의 인물들에 대해서도 우정의 선구자라는 이름으로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아이는 오래된 우표라거나 집배원 복장이라거나
우체통들이 그렇게 신기한지 연신 "예쁘다!"라는 말을 내뱉는다.

그러고 보니 무심히 지나쳤던 우체통도 우표들도 참 예쁘다.

대한민국 우체사 일부인.

우리 아이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여기저기에서 호기심에 찬 눈으로 반짝반짝 이곳 저곳을 두리번거리기 바쁘다.

잘 모를 텐데 너무 재미없어 하지 않을까 했던 걱정은 기우였나 보다. 다행이다.

한 통의 우편을 목숨과 바꾼 오기수 집배원의 가슴 찡한 사연도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이 분의 죽음은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고 초등학교 6학년 도덕 교과서에서도 이 내용을 다뤘다.
오기수 집배원의 추모비에는
'한 통의 편지 위한 님의 정성 우리 온 가슴에 길이 남으리'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전시실을 나오니 아이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다.
딸도 어느새 그 틈에서 무언가를 구경하고 있었는데 바로 탁본 체험이었다.
조심스럽게 잉크를 바르고 종이를 문지르면 새겨지는 글자들이 신기한지 아이들은 눈을 떼지 못한다.

탁본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집배원 복도 입어 볼 수 있고, 그 사진을 기념으로 남길 수 있어서 아이들의 새로운 추억을 남겨 주기에 좋다.
물론 카트라이더와의 사진도 인기만점이다.

전시장을 나오니 엄청나게 큰 우체통과 기차가 우리들을 맞이한다.

우편기차 앞에서 기념사진

밀레니엄 우체통

우정기차 안에는 아이들이 그린 그림들과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삶과 뗄 수 없이 가까워서 가끔 그 가치를 잊곤 하지만 이렇게 우정박물관을 방문하니 새롭게 그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과거 우리의 소중한 추억들을 연결해 주었던 고마운 우체국에게 앞으로도 잘 부탁하는 마음을 가지며 지금도,

그리고 미래도 따뜻한 추억으로 우체국과 함께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