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감성여행

최고의 거봉이 입장한다

입장거봉포도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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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거봉축제

  • 위치 /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일대
  • 2015년 축제장 / 9월12일-13일 입장초등학교
  • 시기 / 매년9월

‘그대 모습은 보랏빛처럼 살며시 다가왔지.’

주말을 맞아 조카가 놀러 왔다. 냉장고에 편의점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팩 포도 주스가 있어서 내어주었다.

'맛 없어. 포도는 정말 별로야. 텁텁해.'

너 제대로 된 포도 맛을 본 적이 없구나? 가자, 너의 미각을 일깨워줄게.

마침 최고의 맛과 크기를 자랑하는 입장 거봉을 주제로 한 입장거봉축제가 열리고 있다. 생각만으로도 입에 침이 고인다.

천안시 입장에서는 우수한 포도를 전국적으로 널리 알리기 위해 매년 9월마다 축제를 연다.

입장면으로 가는 차 안에서 조카는 꾸벅꾸벅 졸다 깨기를 반복한다.

'요즘 자도 자도 피곤해.' 역시 포도를 좀 먹여야겠어~!

입장거봉포도축제가 열리는 입장초등학교는 입구를 들어서기 전부터 수많은 사람으로 북적북적하다.

작은 마을에 가득 퍼지는 달콤한 거봉포도 향기가 사람들의 코끝을 유혹한다.

뜨거운 햇볕은 사람은 지치게 했지만, 포도에게는 매력적인 진보랏빛 피부와 달콤한 과육을 선사했다.

전국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입장 거봉을 맛볼 수 있는 시식코너에는 당연하게도 사람들이 모여 있고 손들은 바쁘게 움직인다.

명성대로의 맛일지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손을 뻗어 큼지막한 거봉 한 알을 집어 입에 넣어본다.

피로한 얼굴로 게슴츠레하고 희미한 빛을 띠던 조카의 눈이 번쩍였다.

'진짜 맛있잖아! 내가 그동안 먹은 건 뭐야?'

새삼스럽지만 입장 거봉포도는 여전히 맛있다.

동그랗고 탄력 있는 포도알이 입에서 톡 터지며 입안은 달콤한 과육으로 가득 찬다.

미네랄이 풍부하고 비타민, 칼슘, 철분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해서 피로해소에 좋다는
걸 얼굴색과 눈빛이 변하는 조카의 얼굴을 보니 믿어 의심치 않게 된다.

포도 맛에 반한 우리는 이제 본격적으로 축제를 즐기기 시작한다.

평소라면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을 포도품평회 수상작들이 범상치 않아 보인다.
농장마다 일 년 내내 정성을 들여 농사 지은 아름다운 결실은 맛으로 정직하게 나타났다.

활이나 목공예품을 만들어 보며 재밌는 시간으로 보내고, 축제라면 빠질 수 없는 축하공연은 이곳의 분위기를 더욱 흥겹게 한다.

포도뿐만 아니라 연미주, 토마토, 블루베리 등 천안의 다른 특산품들도 접해볼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축제장 밖 한 포도 농가에서는 포도 따기 체험을 겸한 사생대회가 열린다.

싱그러운 포도밭에 앉아 그림도 그리고 포도도 따는 이 행사를 보자면
어린 시절 포도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었던 영화 '구름 속의 산책'이 떠오른다.

꿩 먹고 알 먹는 알찬 행사들 속에 입장 포도축제는 성황리에 막이 내린다.
무엇보다 주인공인 거봉포도의 훌륭한 맛에 손님들은 만족하며 두 손 무겁게 포도를 들고 돌아간다.

'요즘 더워서 입맛도 없고 힘들었는데 거봉 먹으니까 눈이 뜨이는 것 같아!'

요즘 들어 항상 투덜거리던 조카가 이렇게나 만족해하니 나도 뿌듯하다.

숨 막히는 더위 속에서도 여름을 버틸 수 있는 건 어쩌면 이 달콤함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겹기만 하던 더위가 포도도 함께 데리고 가버린다 생각하니 조금 아쉬워진다.